10월 8일 독도

08
10̛
2015

10월 8일 독도

왠지 인력거의 손님도 많고 평소보다 벌이가 좋았는데 왠걸 집에가보니 뜻뜻한 국물 한그릇 마실 기회가 없이 마누라는 싸늘하게 식어있더라는…. 일이 뜻하지 않게 술술 잘 풀려가면 왠지 불안해지는 것은 아마 10대의 머리 속에 심어둔 [빈처]의 기억 탓이겠습니다.

오늘은 예정대로 착착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이 풀립니다. 잔잔한 바다를 가로질러 선라이즈호는 동도 접안시설에 미끄러지듯 멈춰섭니다.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푸른 바다.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깔따구(샌드플라이로 추정)가 없어서 춤추고 싶습니다. 이 좋은 것들이 한꺼번에 눈앞에 한 상으로 차려지면 왠지 불길합니다. 들어오기 전에는 들어올 걱정, 들어오고 나면 나갈 걱정. 오늘까지 잔잔한 바다는 내일부터는 거칠어지고 다시 또 잔잔해지기 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역시나 “예정과 계획”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일정에 없는 다른 인원들과 좁은 숙소를 나눠써야 하는 것 부터 슬슬 불편하기 시작하지만 모든 불편은 깔따구의 부재로 용서됩니다.

독도 이장님 부부는 부재중입니다. 할머니 잔소리가 살짝 그립습니다. 잔소리 끝에 건내주시던 거북손도 그립습니다. 무엇보다 다리만한 부시리를 던져주시던 이장님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당장의 먹거리 리스트 한 줄을 삭제해야 하거든요. 바다를 건너온 초고추장의 용도가 머슥해집니다. 수주대토의 마음으로 고추장을 챙겼는데 정말 어리석은 농부 꼴이 되었습니다.

이 섬에만 들어오면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저를 발견합니다. 파도에 같혀서 매 끼니를 걱정하던 경험이 만들어낸 트라우마 같습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  사람이 사람과 가까워 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이나 정신적인 교감이 필요합니다만, 긴 시간을 거쳐 가까워 지고는 동백이 떨어지듯 풀썩 져버리는 것이 인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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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짐. 짐. 짐. 넣었다가 빼고를 반복반복한 결과물이지만 그래도 많은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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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 선장님의 협조로 조타실 옆에서 독도원경을 촬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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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도착 5분 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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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안시설에서 바라본 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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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기상이 나빠지면 동도로 건너올 수 조차 없기에 오늘 중으로 동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부족한 음식을 소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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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이 한창입니다.  어찌나 탐스럽게 폈는지 화단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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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섬괴불 나무의 개화. 지난 태풍으로 거의 말랐던 모습을 보였는데 생뚱맞게 꽃이 피고 있습니다. 한두 개체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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