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굴 등반기_ 사철나무

07
2015

천장굴 등반기_ 사철나무

동도의 천장굴 북측 상단에는 미확인 식물이 자생?하고 있었습니다. 사철나무라는 주장, 줄사철나무, 덩굴식물….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천장굴 해수면에서 수직절벽 약 70미터 상단에 위치한 현장에 대한 접근 기록이 전혀 없었기에 야기된 상황이었습니다.

2007년 10월 6일 울릉군 산악구조대장 전경준씨와 이경태씨, 저는 미답의 나즈막한 그 봉우리를 등반하기로 결정합니다. 천장굴에서 접근하는 방법과 뒷쪽 사면을 통한 루트 등을 고려하다가 지반은 무르지만 경사도가 낮은 천장굴 반대쪽 루트를 선택합니다. 등반장비와 촬영장비를 챙긴 후 보트로 이동, 경사면을 등반합니다. 하켄과 프렌드, 슬링 몇 조를 매단채 전경준씨가 자일을 설치하면서 앞서 나갑니다. 경사지는 땅채송화 군락지인데 손 닿는 곳 마다 통째로 뜯겨나갈 정도로 지반이 무릅니다. 선등자가 바위틈에 설치한 하켄은 사실상 무용지물, 단지 심리적인 위안 그뿐입니다.  간간이 흘러내리는 흙덩이와 돌맹이들 탓에 머리가 쭈뼛해집니다. 암면이 풍화가 심해서 부스러지고 아애 통째로 무너져 내릴 지경입니다. 단단한 정규등반루트에 익숙한 저에게 동도 북사면의 형편은 맨붕입니다. 경사도만 낮을 뿐이지 이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 없어서 등반 난이도와 상관없이 체감난이도는 5.12급 입니다. 같은 화산섬인 울릉도 지형과 등반에 익숙한 두 울릉도 분들의 경험이 있었기에 안전한 등반이 가능했지 않나 생각됩니다. 선등자가 설치한 믿지 못할 로프를 그저 위안 삼으며 천장굴 상단에 도착합니다. 확보물을 설치한 상단의 바윗덩이는 지름이 1미터가 넘지만 흔들거립니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믿음가지 않는 확보물을 믿으며 칼날처럼 생긴 비스듬한 능선을 말타기 자세로 이동합니다. 오르는 내내 걸리적 거리던 카메라를 꺼내어 여러 장면을 담습니다. 손이 닿는 가지를 하나 잘라서 넣은 후 한숨을 돌립니다. 물론 손과 발은 바위를 움켜쥐고 있습니다. 서도에 해가 걸립니다. 서둘러 하강을 준비하지만 오르는 것 못지않게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채집된 줄기는 사철나무임이 밝혀지고 이후 천연기념물 538호로 지정됩니다. 독도의 목본류 중에서 사람의 개입 여지가 없는 자생나무의 생태를 확인한 첫 결과물인 셈입니다.

어쩌면 다소 위험하고 무모해 보이기도 했던 등반일 수도 있었지만, 개인의 물리적 등반능력 보다는 유사한 환경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믿었고 무엇보다 ‘호기심’이 강력한 추진력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믿음과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했던 것과 유사한 영장류의 무한한 호기심. 어쩌면 과학의 한 동기일지도 모르는 그 호기심이 세 사람을 천장굴 능선에 오르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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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굴 북동쪽 경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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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된 로프에 등강기를 설치하여 등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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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굴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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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나무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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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도 조사일정은 끝났으나 기상악화로 며칠동안 배는 접안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진의 장소는 헬기장 아래의 임시 인부 숙도입니다. 불을 끄면 갯강구가 온몸을 기어다니는 이곳에서 며칠을 머물게 됩니다. 배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기상이 좋지않음을 뜻하고 이는 또 함부로 바깥을 다닐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즉, 울타리 없는 감옥에 갇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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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봅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감옥이 왜 벌이 될 수 있는지 느끼게 됩니다.

천연기념물 538호로 지정된 독도의 사철나무에 대한 멋진 글을 덧붙입니다.  경북대학교 박상진 명예교수님의 글입니다.

[기고/박상진]우리땅 확인해주는 독도 사철나무

….이렇게 어수선할 때 우리 땅임을 확인하듯 가녀린 생명체 하나가 움튼다. 사시사철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상록수의 대표 사철나무 새싹이었다. 독도는 화산재와 암석조각이 쌓여 만들어진 응회암과 화산각력암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암석은 풍화와 침식이 비교적 쉽게 진행되어 식물이 간신히 자리 잡을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250만∼270만 년에 이르는 영겁의 역사를 가진 독도는 나무 한 포기의 자람도 내내 거부해 왔다. 그러다 1905년경 일본의 독도 불법 편입 무렵에 사철나무에게만은 비로소 정착을 허락한다. 우리에게는 우연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1905년의 불법 편입을 알아차린 혜안에 가슴 뭉클한 깊은 감동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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